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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모바일로 웹툰 판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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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즐겨보던 만화책은 TV와 더불어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서점에서 3천원이면 따끈한 새 만화책을 한 권 살 수 있었고, 동네마다 있는 대여점에 가도 300원에 만화책 한 권 빌려봤더랬다. 지금은 서점에서 만화책 한 권에 5천원이 넘는다. 만화책 대여점이나 만화방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 많던 만화광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요즘은 포털사이트가 만화방이다. 네이버나 다음에 가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주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국내 만화가들의 작품이 올라온다. 만화를 다 보고 댓글로 수다도 떤다. 인터넷으로 즐기는 만화방, 바로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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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혁 레진코믹스 개발이사

“웹툰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좋은 만화가 많아야 하고, 다음으로 보기 편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결제가 쉬워야 합니다. 웹으로만 서비스해야 하는 시대였다면,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바일 기기 시대죠.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6월7일 모바일 웹툰 유료 서비스 ‘레진코믹스’가 구글 응용프로그램(앱) 장터 구글플레이에 출시됐다. 레진코믹스는 ‘레진’이라는 필명으로 이름을 알린 이와 권정혁 개발자가 합심한 결과물이다. 권정혁 개발자도 e세상에서는 ‘구루’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레진코믹스는 앱이 나오고 이틀 만에 구글플레이 만화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양질의 만화를 모아 유료로 서비스하겠다는 게 레진코믹스의 큰 틀이다.

레진코믹스를 기획한 레진 레진코믹스 대표는 웹툰 유료 서비스 성공의 조건 중 하나로 모바일을 꼽았다. 결제가 쉽고 보기 편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덧붙였다. 안드로이드 앱이 먼저 출시됐지만, 곧 아이폰용 레진코믹스 앱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데스크톱에서도 볼 수 있도록 웹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탄탄한 기술을 가진 콘텐츠 업체를 만들어보자’라고 제안했던 부분이 와 닿았습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스포티파이 모두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뒤에 갖고 있는 업체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 업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권정혁 레진코믹스 개발이사에게 레진 대표와 어떻게 레진코믹스를 꾸리게 됐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레진 대표가 권정혁 개발이사를 만나던 날 기술력을 가진 콘텐츠 서비스 업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단다. 그 말 한마디가 권정혁 개발이사의 마음을 움직였다.

권정혁 개발이사는 “국내에서는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업체를 만들겠다고 하면 그 뒤에 있는 기술은 잘 안 본다”라며 “기술이 받침이 안 되면 서비스 업체는 사라지기 마련인데, 레진코믹스는 기술과 콘텐츠 모두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서로에 관해 전혀 모르던 두 사람은 트위터 귓속말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레진 대표가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기술과 콘텐츠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서로 얼굴도 몰랐던 트위터 친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레진코믹스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레진코믹스의 기술이 아우르는 분야는 모바일과 웹이다. 웹툰 서비스에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 쓰일까 싶은 의구심이 들겠지만, 레진코믹스는 보는데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HTML5 웹 개발 기술을 통해 모바일 기기와 웹 서비스를 부드럽게 연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세상에 소개된 안드로이드용 레진코믹스 앱도 HTML5 하이브리드 앱 개발 기술로 만들어졌다.

서비스는 이제 막 시작됐다. 아직 초기에 불과하지만, 지표도 좋다. 많은 이들이 레진코믹스 앱을 내려받았고, 수익 곡선도 상승 중이다. 헌데, 지켜보는 처지에서 불안한 마음은 씻기 어렵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웹툰을 서비스하는 이들이 하필이면 국내에서 가장 큰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두 업체이기 때문이다. 레진코믹스는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 서비스와 어떻게 경쟁하려 할까.

“좋은 웹툰을 보고 사람들이 “웹툰인데 재미있네?”, 혹은 “이건 웹툰스럽지 않고 좋네”라고 말을 합니다. 이상한 말이죠. 웹툰은 재미있어야 하는게 당연한데 말입니다. 웹툰과 기존 만화를 굳이 분리해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웹툰을 보는 연령층도 많이 올라갔고, 좀 더 다양한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웹툰이 등장할 것입니다.”

레진 대표는 약 300여개가 넘는 포털사이트 웹툰 가운데 자신이 즐겨보는 웹툰이 왜 5개밖에 안 되는지 궁금했다. 포털사이트의 웹툰 서비스가 마치 아이돌 가수의 무대처럼 변하고 있다는 게 레진 대표의 설명이다.

포털사이트의 웹툰 서비스를 보면, 짜임새 있는 서사 대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일상을 다룬 웹툰이 더 많은 인기를 끈다. 작화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인 작품에는 관심이 적은데, 한바탕 웃음을 주는 웹툰은 연일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다. TV 음악 프로그램 무대를 모두 아이돌 가수가 채우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판이 짜인 셈이다. 아이돌 가수의 무대가 저급하다거나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 가지 맛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뜻이다.

권정혁 개발이사도 “일본은 직장인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지 않느냐”라며 “국내에서도 ‘미생(윤태호)’ 같은 만화가 5개가 더 나올 수 있는 환경이 꾸려진다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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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레진코믹스는 좋은 만화를 찾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레진 대표는 권정혁 개발이사와 만나기 전부터 전국을 돌아다녔다. 레진코믹스의 형식적인 부분도 갖춰지지 않았을 당시 작가를 만나 계약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레진 대표는 웹툰 작가들에게 공을 들여 e메일을 썼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 중 레진 대표의 서비스 계획과 일정, 수익을 내는 방법에 관심을 보인 작가가 레진 대표와 계약을 했다. 레진 대표가 권정혁 개발이사와 처음 만나던 날 이미 약 40여편의 작품이 손 안에 있었다.

‘자꾸만꿈만꾸자(꼬마비)’와 ‘꼴데툰(샤다라빠)’, ‘나쁜 상사(네온비)’와 같이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익히 이름을 알린 작가의 새 작품부터, ‘8-비트 바스타드(가스파드)’처럼 최근 뜨기 시작한 인기 작가의 작품까지 품었다. 레진코믹스는 현재 약 40여명의 작가를 통해 50여편의 작품을 서비스 중이다. 앞으로 계속 늘릴 계획이란다.

“전에 어떤 작가를 찾아뵙고 이러이러한 일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을 하니, 나중에 그 작가님이 다른 분에게 저에 관해 물어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이상한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으셨던 거죠. 아마 저에 관해 안 좋은 얘기를 들으셨더라면, 그 작가님의 작품은 레진코믹스에 실리지 못했을 수도 있었어요(웃음).”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기’나 다름없었다. 레진 대표를 처음 만난 작가가 다른 사람을 통해 레진 대표의 정체를 재차 확인해야 했을 정도로 레진코믹스의 계획은 허무맹랑하고, ‘안 되는 일’처럼 보였던 게다. 그 허무맹랑함을 가중시키는 한 축이 웹툰 콘텐츠에 관한 낮게 깔린 인식이라면, 다른 한 축은 유료 콘텐츠에 관한 거부감일 게다. 쉽지 않은 일이라며 누구나 말렸던 일을 레진 대표는 왜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흔히 국내에서는 콘텐츠에 돈을 잘 안 쓴다는 인식이 많은데,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편리하게 볼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씁니다.”

레진 대표는 “콘텐츠에 돈을 쓰느냐 안 쓰느냐는 콘텐츠의 재미에 달린 문제라기보다는 편리성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에서 매달 결제해야 하는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영화관에 가거나 TV를 녹화하는 대신 웹하드에 돈을 쓰는 이들이 많은 것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레진 대표는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의 편리한 결제 방식에서 웹툰의 새 시장을 엿봤다.

웹툰을 돈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방향은 다르지만, 네이버도 웹툰에 광고를 올려 수익을 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는 유료 콘텐츠 ‘식객2(허영만)’가 인기다. ‘어른이 아직도 웹툰을 보느냐’는 따가운 눈총 속에서도 인식을 바꿀만한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레진코믹스의 모바일 유료 웹툰 서비스도 이 같은 의미 있는 시도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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